경제이슈

게임 중독은 질병인가?

metak 2025. 4. 7. 19:13

 

 

최근 한 10대 소년이 밤새 온라인 게임을 하다 부모와의 다툼 끝에 집을 나와 며칠간 행방불명된 사건이 화제가 되었다. 소년은 결국 무사히 발견되었지만, 이 사건은 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것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비슷한 사례는 세계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며, 게임중독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사례를 통해 우리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볼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게임중독은 공식적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2019년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로 국제질병분류(ICD-11)에 포함되며, 과도한 게임 몰입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심각하게 방해받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게임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통제력을 잃고 건강, 사회적 관계, 직업적 책임을 해치는 경우를 질병으로 정의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질병으로 규정하는 데에는 찬반 논란이 여전하다.

 

문제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보는 시각이 과연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가 하는 점이다. 질병으로 분류하면 의료적 접근과 치료가 가능해지지만, 반대로 게임 자체를 부정적으로 낙인찍거나 개인의 책임을 간과할 위험도 있다. 또한, 게임 산업의 성장과 함께 이를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과연 게임중독을 질병으로만 단정할 수 있을까, 아니면 더 넓은 사회적·문화적 맥락에서 접근해야 할까?

 

나는 게임중독을 무조건 질병으로 단정하기보다는 개인의 상황과 맥락을 고려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미국정신의학회(APA)는 아직 게임중독을 공식 질병으로 인정하지 않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2022년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게임 시간과 정신 건강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는 결과도 있다. 이는 게임중독이 단순히 게임 탓이 아니라 스트레스, 우울증, 사회적 고립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WHO의 정의가 유용한 기준이 될 수는 있지만, 모든 사례를 질병으로 묶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게임중독을 둘러싼 논쟁은 흑백으로 나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극단적인 경우에는 분명 심각한 개입이 필요하지만, 이를 질병으로만 보기보다는 개인의 삶과 환경을 함께 살피는 균형 잡힌 시각이 중요하다. 게임이 현대인의 일상에 깊이 뿌리내린 만큼, 우리는 그것을 무조건 배척하거나 병리화하기보다 더 현명하게 공존할 방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