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1일,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공개한 초거대 AI 모델 '디지털 드래곤'은 세계 기술 지형을 뒤흔들었다. 이 모델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최신 제품을 능가하는 성능을 보이며, 생성형 AI 분야에서 중국의 도약을 알렸다. 발표 직후 미국 나스닥 지수는 3.2% 급락했고,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4.7% 상승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AI 패권을 둔 미중 간 새로운 냉전의 서막으로 평가받고 있다.
AI 패권 전쟁은 국가 간 인공지능 기술 우위를 통해 경제·군사적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경쟁을 의미한다. 미국은 오픈AI·엔비디아 등 민간 기업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앞세우고, 중국은 국가 주도로 2030년까지 1,500억 달러 규모의 AI 산업 육성 계획을 추진 중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TSMC의 중국 공급 중단[2]과 중국의 자체 칩 개발 가속화는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경쟁의 역설: 상호확증파괴(MAD)의 재현
양국의 과열된 경쟁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의 AI 연구개발 투자액이 2024년 5000억 달러에 달하는 가운데, 중국도 이에 대응해 82억 달러 추가 투자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경쟁적 투자는 기술 발전보다는 '체제 우월성 과시'에 초점이 맞춰지며, 실제 혁신 속도를 저해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AI 기술 격차는 2023년 18개월에서 2024년 6개월로 급격히 좁혀졌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중국 모델이 1/10의 컴퓨팅 자원으로 동등 성능을 구현하고 있다.
군사적 측면에서의 위험성은 더욱 첨예하다. 2024년 10월 미군이 중동에 배치한 AI 무인 전투로봇 'Q-UGV'와 중국의 캄보디아 군사훈련에서 공개한 자율타격 시스템은, 새로운 형태의 군사균형을 형성 중임을 보여준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2030년까지 전 세계 군사예산의 25%가 AI 무기체계에 투입될 것"이라 경고했으며[4], CNAS(미국신안보센터)는 "AI와 핵무기의 결합이 삼극 체제(미·중·러)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패권 경쟁의 함정: 3중 고리
1. 기술적 올가미: 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는 중국의 자체 기술 개발을 촉발시켰고, 오히려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를 가속화 중.
2. 환경적 부담: AI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으로 전 세계 전력소비량의 4%가 AI 관련 시설에 집중되며, 2025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억 8000만 톤에 달할 전망이다.
3. 규제 공백: 파리 AI 액션 서밋에서 체결된 국제 협약에 미·영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가 분열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경쟁의 재정의다. 1963년 부분적 핵실험 금지 조약이 냉전의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았듯이, AI 분야에서도 국제적 합의가 시급하다. EU의 'AI 거대공장' 계획이나 중국의 '포용적 AI' 선언은 시작점에 불과하다. 기술 패권 경쟁이 인류 공동의 적(기후변화, 팬데믹 등)에 대한 협력으로 전환될 때, 비로소 AI는 진정한 의미의 '지능'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미중 간 AI 경쟁이 새로운 냉전의 서곡이 아니라, 인류 진화의 협주곡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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