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에서 만난 두 거장: 봉준호와 오시이 마모루의 자아정체성에 관한 대화
2025년 봄, 서울의 고즈넉한 덕수궁 안에 자리한 카페에서는 세계적인 두 영화감독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 오시이 마모루 감독과 한국의 봉준호 감독이 테이블을 마주한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벚꽃이 흩날리는 가운데, 두은 각자의 작품 세계에서 다루는 자아정체성이라는 주제에 관해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 역사적인 만남은 봉준호 감독의 최신작 '미키17' 개봉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되었으며, 두 거장의 철학적 사유가 교차하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첫 만남과 서로에 대한 존경
오시이 마모루: (오시이 마모루가 차분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그의 얼굴에는 평소의 묵직한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눈빛에서는 동료 예술가에 대한 존경심이 엿보였다.) "봉준호 감독님, '미키17' 개봉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랫동안 당신의 작품을 관심 있게 지켜봐 왔습니다."
봉준호: (봉준호가 따뜻한 미소와 함께 답했다.) "오시이 감독님을 이렇게 직접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사실 저는 '공각기동대'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특히 인간의 정체성과 의식에 대한 질문들이 저의 창작 활동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오시이 마모루: (오시이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미키17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복제인간과 정체성의 문제를 다루셨다고요. 어떤 계기로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봉준호: (봉준호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가 대답했다.)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복제된 인간의 비극적 상황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에 사로잡혔습니다. '동일한 기억을 가진 두 사람이 각자 다른 경험을 하게 되면, 그들은 여전히 같은 사람인가?' 이 질문이 저를 계속 따라다녔죠."
자아와 신체의 관계에 대한 탐구
오시이 마모루 :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것은 제가 '공각기동대'에서 다루려 했던 질문과 매우 유사합니다. 쿠사나기는 자신의 신체가 완전히 인공적임에도 불구하고 '나'라는 존재가 어디에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당신의 미키17은 같은 정신을 가진 두 개의 다른 신체가 존재하는 상황이군요. 매우 흥미로운 설정입니다.“
봉준호: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미키17은 이미 17번 죽고 재생된 후, 우연한 사고로 미키18과 동시에 존재하게 됩니다. 두 사람은 같은 기억을 공유하지만, 동시에 존재하면서 서로 다른 경험을 쌓아가죠. 두 미키 모두 자신이 '진짜'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누가 진짜 미키인가? 아니면 둘 다 진짜인가?"
오시이 마모루 : "우리가 영화에서 다루는 정체성의 문제는 결국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에서 출발하는 것 같군요.", "그러나 저는 공각기동대에서 이 명제를 넘어서려 했습니다. 쿠사나기가 자문하죠. '만약 내 기억이 조작되었다면? 만약 내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라면?' 이런 질문들이 정체성에 대한 더 깊은 의문을 던집니다."
봉준호: (봉준호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가 다시 이야기를 이었다.) "저는 미키17을 통해 기억이 정체성을 결정하는 유일한 요소가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두 미키는 처음에는 동일하지만, 각자의 경험을 통해 점차 다른 사람이 되어갑니다. 한 사람은 복제인간으로서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다른 한 사람은 이에 저항하죠.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했지만, 선택과 경험이 그들을 다른 존재로 만듭니다."
기술 발전과 인간성의 변화
오시이 마모루: (오시이는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더 마시고 말했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 두 사람 모두의 작품에서 중요한 주제로 다뤄지고 있군요. '공각기동대'에서 저는 전뇌화와 의체 기술로 인해 인간의 정의 자체가 변화하는 세계를 그렸습니다. 당신의 영화에서는 복제 기술이 어떻게 인간성을 위협하나요?"
봉준호: "저의 영화에서 복제 기술은 노동 착취의 도구가 됩니다.", "미키17은 '익스펜더블'이라는 이름 그대로 소모품으로 취급받는 존재입니다.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다 죽으면, 회사는 그의 기억을 복제해 새로운 몸에 주입하죠. 사회는 그를 인간으로 보지 않고, 단지 대체 가능한 도구로만 취급합니다. 이것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 착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설정이었습니다."
오시이 마모루: (오시이의 눈이 반짝였다.) "흥미롭군요. 저도 '공각기동대'에서 쿠사나기를 통해 비슷한 문제를 다루려 했습니다. 그녀는 공안 9과의 요원으로, 국가에 의해 사용되는 도구와 같은 존재입니다. 신체는 정부 소유의 장비이고, 그녀의 고스트(영혼)만이 자신의 것이죠.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녀는 자신의 고스트조차 조작되었을 가능성을 의심하게 됩니다."
봉준호: (봉준호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두 작품 모두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도구화되는 문제를 다루고 있군요." "우리는 모두 어떤 식으로든 시스템에 의해 소모되는 존재들입니다. 그리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대체 가능성은 더욱 커지겠죠."
융합과 연결을 통한 정체성의 확장
오시이 마모루: "봉 감독님, 제가 특히 궁금한 것은 복제된 두 미키가 서로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들은 서로를 경쟁자로 보나요, 아니면 또 다른 자아로 보나요?"
봉준호: (봉준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처음에는 서로를 위협으로 인식합니다. 둘 중 하나는 제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들은 서로가 자신의 또 다른 가능성, 다른 선택을 한 자신의 모습임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죠."
오시이 마모루: "그것은 '공각기동대'의 결말과 흥미로운 대비를 이룹니다." "쿠사나기는 결국 인형사(Puppet Master)와 융합하여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죠. 두 의식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이전의 정체성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불교의 윤회 개념과도 연결되는 설정이었습니다."
봉준호: (봉준호는 깊이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희 영화에서는 둘이 하나가 되는 대신, 하나였던 존재가 둘로 나뉘어 각자의 길을 가게 됩니다. 서로 다른 선택을 하면서도, 결국은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독립된 개체로서의 자율성과 연대의 가능성을 동시에 탐구한 것이죠."
문화적 배경과 철학적 접근의 차이
봉준호: "저는 감독님의 작품에서 일본 불교와 신도의 영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공각기동대'에서 영혼과 육체의 분리 가능성, 그리고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시이 마모루: (오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저는 불교의 무아(無我) 개념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고정된 자아가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는 모두 연결된 네트워크의 일부라는 생각이죠. 봉 감독님의 작품에서는 유교적 가족 관계와 현대 한국 사회의 계급 문제가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봉준호: "맞습니다. '미키17'에서도 익스펜더블들이 형성하는 유사 가족 공동체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가족과 공동체가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죠. 그리고 계급 문제는 제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입니다. '미키17'에서도 식민지 행성에서의 계층 구조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오시이 마모루: (오시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서양 철학에서는 자아를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동양 철학에서는 자아를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봅니다. 우리 두 사람의 작품은 모두 이 두 관점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봉준호: "정확히 그렇습니다.", "서구의 개인주의와 동양의 관계중심적 세계관 사이에서 현대인의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탐구하는 것이 저의 작품 세계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미키17도 결국은 자신의 정체성을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재정의해 나갑니다."
미래 기술 사회에서의 인간 정체성
대화가 깊어지면서, 두 감독은 카페의 창가에서 덕수궁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고궁의 전통적인 건축물과 그 너머로 보이는 서울의 현대적인 고층 건물들이 공존하는 모습이 두 사람의 대화 주제와 묘하게 어울렸다.
봉준호: "오시이 감독님, '공각기동대'를 만드실 때 2029년이라는 미래를 상상하셨는데, 지금 우리는 그 시간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면, 당신이 상상했던 미래가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인간의 정체성은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오시이 마모루: (오시이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저는 '공각기동대'를 만들 때, 기술 발전 그 자체보다는 그것이 인간의 의식과 존재 방식에 미치는 영향에 더 관심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AI 발전을 보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창의성이나 자의식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인형사(Puppet Master)가 그랬듯이, AI가 스스로 자의식을 갖게 된다면 우리는 인간성을 어떻게 재정의해야 할까요?"
봉준호: (봉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미키17을 통해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기억과 의식이 디지털 정보로 전환될 수 있다면, 그것을 복제하고 다른 신체에 주입할 수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런 세계에서 개인의 존엄성과 가치는 어떻게 보호될 수 있을까요?"
결론: 인간성의 본질을 찾아서
해가 서서히 기울어가는 가운데, 두 감독의 대화도 마무리를 향해 갔다. 덕수궁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그들은 각자의 작품을 통해 추구해 온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나누었다.
봉준호: "제가 생각하는 인간성의 핵심은 선택과 책임에 있습니다." "미키17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결국 자신의 선택이 자신을 정의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같은 기억을 가진 두 사람이라도, 서로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다른 사람이 되어갑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과정에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게 되죠."
오시이 마모루: (오시이는 깊이 공감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에게 인간성의 본질은 변화와 성장의 가능성에 있습니다. 쿠사나기는 자신이 누구인지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결국 기존의 자아를 초월하는 새로운 존재로 진화합니다. 인간이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존재라는 것이죠."
봉준호: "두 작품은 모두 기술 발전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불안과 우려를 담고 있지만, 동시에 그 속에서도 인간성의 본질적 가치를 찾으려는 희망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오시이 마모루: (오시이는 미소를 지으며 동의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같군요.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인간성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앞으로도 계속 우리의 작품을 통해 탐구되어야 할 것입니다."
봉준호와 오시이 마모루, 두 거장의 만남은 문화와 시대를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사유를 나누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그들의 대화는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인간성의 가치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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