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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브스턴스(Substance) 분석

metak 2025. 3. 12. 17:51

코랄리 파르자 감독의 '서브스턴스(The Substance)'는 얼핏 보면 공포 영화로 오해할 수 있지만, 사실 이 작품은 노화와 미의 기준에 관한 사회적 압박을 다루는 날카로운 사회 비판 영화입니다. 단순한 호러가 아닌, 우리 사회의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강력한 알레고리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깊은 메시지가 담긴 드라마이자 블랙 코미디 요소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외적인 충격 효과를 넘어 우리 내면에 있는 두려움과 욕망을 성찰하게 만듭니다.

 

영화 기본 정보 

 

제목: 더 서브스턴스 (The Substance)

개봉: 2023년

감독: 코랄리 파르자(Coralie Fargeat)

수상: 제 77회 칸 영화제 각본상

상영시간: 140분

 

주인공

 

엘리자베스 스파클 (데미 무어)

한때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올린 스타였으나, 50세가 된 현재는 TV 에어로빅 프로그램 진행자로 전락한 인물입니다. "더 이상 어리지도, 섹시하지도 않다"는 이유로 해고된 후 절망에 빠진 그녀는 젊음을 되찾게 해준다는 비밀 약물 '서브스턴스'를 사용하는 위험한 선택을 합니다. 엘리자베스는 나이 든 여성 배우들이 할리우드에서 겪는 차별과 사회적 압박을 상징하며, 젊음과 미모에 대한 집착이 가져오는 파멸적 결과를 보여주는 캐릭터입니다.

 

수 (마가렛 퀄리)

'서브스턴스'를 통해 탄생한 엘리자베스의 젊은 버전으로, 20대의 완벽한 외모와 건강한 신체를 가진 인물입니다. 엘리자베스의 자리를 빠르게 차지하고 스타덤에 오른 '수'는 처음에는 엘리자베스의 통제 아래 있었지만, 점차 자신만의 독립적인 정체성과 삶을 원하게 됩니다. 그녀는 젊음과 아름다움이 지닌 특권을 상징하며, 외모 지상주의 사회에서 여성이 추구하도록 강요받는 '완벽한 이미지'를 대변합니다. 자유를 향한 그녀의 욕망은 결국 규칙 위반으로 이어지고, 이는 두 인물 모두에게 파멸적 결과를 가져옵니다.

 

 

 

1. 명예의 몰락과 새로운 기회

 

50세의 엘리자베스 스파클(데미 무어)은 한때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명예의 거리에 입성한 할리우드 대스타였지만, 현재는 TV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 전락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50번째 생일을 맞이한 날, 방송국 사장 하비(데니스 퀘이드)는 그녀에게 잔인한 선고를 내립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당신은 더 이상 어리지도, 섹시하지도 않아. 우리 시청자들은 젊고 섹시한 몸을 원하고, 당신은... 글쎄, 더 이상 그렇지 않지."

 

이 말을 들은 '엘리자베스'는 충격에 휩싸이고, 자신의 광고판이 철거되는 모습을 목격하다 차량 사고를 당합니다. 병원에서 한 젊은 간호사는 그녀에게 의미심장한 제안을 합니다. '서브스턴스'라는 암시장 약물을 통해 "젊고, 아름답고, 완벽한" 자신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2. 서브스턴스와 변신의 시작

 

호기심과 절박함에 사로잡힌 '엘리자베스'는 '서브스턴스'를 주문하고 활성화 혈청을 자신의 몸에 주입합니다. 약물이 신체에 퍼지자 그녀의 몸은 격렬한 경련을 일으키며 등의 틈새로 젊은 버전의 자신인 '수'(마거릿 퀄리)가 탄생합니다.

 

"서브스턴스는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해요. 하나는 생명을 만들고, 다른 하나는 생명을 유지하죠. 당신은 둘을 모두 필요로 할 거예요."

 

새로 태어난 '수'는 거울을 바라보며 젊고 아름다운 외모에 감탄하고,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다시 젊어진 듯한 희열을 느낍니다. 이 과정은 영화의 시작부터 채도 높은 원색의 미장센과 적극적인 카메라 활용으로 표현되며, 관객들을 압도합니다.

 

 

3. 양날의 검: 서브스턴스의 규칙

 

서브스턴스에는 엄격한 규칙이 있습니다. 두 개의 몸은 예외 없이 7일마다 의식을 교체해야 하며, 비활성 상태의 몸은 의식을 잃은 채 정맥 주사로 영양을 공급받아야 합니다. 또한 '수'가 퇴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원래 몸에서 추출한 안정화 용액을 매일 주입해야 합니다.

 

"기억하라, 당신은 하나다! 두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존재입니다. 규칙을 어기면 둘 다 파괴될 것입니다."

 

 

판매자는 이 규칙을 어길 경우 발생할 끔찍한 결과에 대해 처음부터 명확하게 경고하지만, 자신의 외모와 경력을 되찾을 기회에 사로잡힌 '엘리자베스'는 이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4. 수의 성공과 새로운 삶

 

젊고 아름다운 '수'는 타고난 매력으로 '엘리자베스'의 후임자 자리를 어렵지 않게 차지하고 빠르게 성공가도를 달립니다. 이전에 '엘리자베스'를 냉정하게 해고했던 하비도 수에게는 열렬한 지지를 보입니다.

 

"당신은 정말 특별해요. 시청자들은 당신에게 열광하고 있어요. 이런 반응은 처음이에요."

 

'수'의 삶은 기쁨과 사랑, 인정과 환호로 가득 찹니다. 카메라는 마가렛 퀄리의 빼어난 몸매에 집중하며, 젊음과 아름다움이 어떻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상품 가치로 작용하는지를 노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영화는 외모 중심의 사회 구조를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5. 균열: 두 자아의 갈등

 

처음에는 평화롭게 시간을 공유하던 '엘리자베스' '수'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일주일씩 번갈아가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수'는 젊음의 특권을 누리는 반면, '엘리자베스'는 노화와 고독을 경험합니다.

 

"나는 내 삶을 살고 싶어. 당신의 그림자로 살기엔 내가 너무 젊고 아름다워."

 

두 존재는 점차 서로를 경멸하기 시작하며, 마치 서로 대립하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변해갑니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몸이 점점 망가져가는 것을 보며 절망하고, '수'는 7일이라는 교체 주기가 너무 짧다고 불만을 품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두 인물의 갈등은 단순한 욕망의 충돌을 넘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더 깊은 차원의 의미를 갖게 됩니다.

 

 

 

6. 규칙 위반과 그 대가

 

바빠지는 스케줄과 즐길 거리가 많은 인생을 포기하지 못한 '수'는 계속해서 교체 일정을 무시하고, 이로 인해 '엘리자베스'의 신체는 급격히 노화됩니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비판적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바디 호러' 요소를 도입합니다.

 

"규칙은 깨지기 위해 있는 거야. 이제 내가 주인공이고, 당신은 부산물일 뿐이야."

 

고름이 흘러나오는 상처, 끈적끈적한 돌연변이 사지, 그리고 증식하는 눈알 등 기괴한 신체 변형은 관객에게 불편함을 선사하지만, 이는 단순한 공포 효과가 아닌 외모 지상주의의 극단적 결과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치입니다.

 

 

7. 최후의 대결

 

완전히 노인이 된 '엘리자베스'는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 '수'를 제거하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실패하고, '수' '엘리자베스'를 죽인 후 자신의 하이커리어 순간인 새해전야 쇼의 단독진행 데뷔 리허설에 참석합니다.

 

"당신이 나를 만들었고, 이제 나는 당신을 파괴할 거야. 이건 공정한 거래야."

 

모두가 '수'의 아름다움을 극찬하지만, 본체가 죽고 나자 더 이상 뽑아 쓸 척수액(안정제)이 없어진 '수'는 이명과 코피 등 신체 불균형 증상을 겪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빨이 빠지기 시작하는 등 급속한 신체 붕괴가 진행됩니다. 영화는 여기서 절정의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젊음을 추구하던 '수'는 결국 자신이 욕망하던 것을 파괴함으로써 스스로를 파괴하게 된 것입니다.

 

8. 괴물의 탄생과 파멸

 

절망에 빠진 '수'는 집으로 돌아와 본체인 '엘리자베스'가 자신을 만들 때 썼던 활성제(Activator)를 스스로에게 주사합니다. 더 예뻐지기를, 더 최고 버전의 자신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약물을 주입합니다.

 

"더 완벽해지고 싶어. 모두가 나를 사랑하게 만들고 싶어."

 

하지만 깨어나 거울을 보니 그곳에는 사람이라 할 수 없는 덩어리 괴물 '몬스트로 엘리자수'가 서 있습니다. 오직 무대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겠다는 욕망만 남은 이 괴물은 방송국으로 향하지만, 결국 몸이 폭발하여 '엘리자베스'의 얼굴만 남게 됩니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명예의 거리 별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9. 코랄리 파르자 감독의 의도

 

코랄리 파르자(Coralie Fargeat) 감독은 40대를 맞으며 느꼈던 여성으로서의 삶이 끝난 것 같은 공포를 영화적 언어로 표현했습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임을 밝히며, 특히 여성에게 가해지는 나이 듦에 대한 사회적 압박을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젊음이 권력이라면, 나이 듦은 죄라고 여겨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파르자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외모 지상주의의 폭력성을 극단적인, 때로는 풍자적인 방식으로 드러내며, 관객들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10. 영화의 메시지와 사회적 의미

 

'서브스턴스'는 젊음과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현대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특히 여성에게 가해지는 미의 압박과 노화에 대한 공포, 그리고 이를 착취하는 미디어 산업의 어두운 면을 파격적인 바디 호러로 표현합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시작돼. 우리 모두는 언젠가 늙고,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야

 

영화는 시각적 충격을 통해 관객에게 불편함을 선사하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가 외모에 부여하는 과도한 가치와 그로 인한 자기 혐오에 대한 의미 있는 성찰을 제공합니다. 결국 '서브스턴스'는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닌, 우리 내면에 있는 두려움을 직면하게 만드는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